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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26 10:22
[문화일보]세종의 愛民정신은 愛讀에서 나왔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1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81201032712000001 [42]

세종의 서재 / 박현모 외 지음 / 서해문집

그는 왕위에 오를 수 없었던 셋째 아들이었다. 왕위를 탐했는지 심중은 알 수 없으나, 상황이 돌변해 왕이 됐고,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이 됐다. 조선의 임금 중 유일하게 ‘대왕’이라는 칭호가 따라붙는 세종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의 치적만 읊어댈 뿐 그가 어떤 노력을 쏟아부어 그 많은 일을 해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결과가 중요할 뿐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겠지만, 세종만큼은 과정을 알아야만 삶과 치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

때마침 출간된 ‘세종의 서재’는 세종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그것도 책을 통해 정리한 학술서다. 세종을 만든 책뿐 아니라 세종시대 편찬된 책을 조명함으로써 그가 어떤 맥락에서 국정을 운영했는지 알 수 있다. 세종은 “책을 보는 중에 그로 말미암아 생각이 떠올라 나랏일에 시행한 것이 많았다”(세종실록 20년 3월 19일)고 고백할 정도로 책과 더불어 산 사람이다. 세종리더십연구소 박현모 소장은 여러 저자를 대신해 쓴 ‘들어가는 글’에서 “세종에게 책은 ‘그의 존재 자체’”라고 강조한다.

‘세종의 서재’는 먼저 ‘세종시대가 만든 책’, 즉 ‘훈민정음(해례본)’과 ‘삼강행실도’ ‘세종실록악보’ ‘농사직설’ ‘향약집성방’ ‘역대병요’ ‘칠정산내편’ ‘제가역상집’을 다룬다.

놀라운 것은 세종시대에 만들어진 책들의 ‘주제의 다양성’과 ‘현실 적합성’이다. 세종은 음악, 농사, 약초, 병법, 역법, 천문 등 당시 민초들의 삶을 결정짓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책을 남겼다. 우리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 또한 강해 ‘농사직설’은 농부들에게 직접 물어 만들었고, ‘향약집성방’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초로만 처방이 가능토록 책을 엮었다. 

그중 흥미로운 또 한 권의 책은 ‘역대병요’로, 세종이 직접 고른 동아시아의 전쟁 사례들을 담고 있다. 342년 고구려 고국원왕이 연나라 모용황의 공격을 받을 때부터 1384년 고려 말까지의 전쟁 사례를 담은 이 책을 편찬한 이유는 “태평할 때 더 조심해야 하며 역사에서 무치(武治)의 귀감을 얻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진 토벌 등 세종의 북방 영토 경영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늘의 움직임, 즉 천문에 관한 해석을 중국이 독점하던 시대에 세종은 “조선 천문학 프로젝트의 참고서”라 할 만한 ‘제가역상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중국의 하늘이 아닌 우리 하늘의 움직임을 알아야만 백성의 삶을 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먹는 것은 백성의 하늘”(民惟邦本 食爲民天)이라는 생각은 천문뿐 아니라 세종시대 책 출간의 중요 정신이었다.

세종시대가 만든 책만큼 중요한 것이 세종을 만든 책이다. ‘세종의 서재에서는 모두 네 권을 소개하고 있는데, 잠저 시절에만 30번도 넘게 읽은 것으로 알려진 구소수간대학연의’, ‘당률소의’ ‘지정조격이 그것이다. ‘구소수간은 중국 원나라 때 문인 두인걸이 송의 구양수와 소식의 짧은 서간을 모은 책으로 한문 서찰을 작성할 때의 지침서. 세종은 구소수간에서 구양수와 소식이 보여준 짧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활달하고 분방한 사유양식을 사랑했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특별히 대학연의는 세종을 성군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학의 해설서인 대학연의사서오경과 여러 역사서 및 백가의 설을 찬집하여 역대의 치란흥망과 인사의 시비선악을 분류하여 구비해 놓은 책으로 유교사상에 입각한 국가 건설에 필수적인 학습 교재로 활용됐다. 세종은 대학연의를 첫 경연 교재로 선택했는데, 신하와 임금 모두가 반드시 대학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세종이 책을 탐독했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왜 책을 읽었고, 읽은 책으로 어떤 삶을 살아냈는가가 더 중요하다. 세종은 애민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그것으로 백성의 삶을 챙겼다. 스스로의 즐거움만을 위해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시대, 세종의 책에 대한 애정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크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세종은 뭣이 중헌디를 아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